이집트 신화에서 태양신 라(Ra)는 단순한 태양의 상징을 넘어, 우주의 질서와 생명의 흐름을 유지하는 절대적인 존재입니다. 고대 이집트인들은 라가 매일 하늘을 항해하며 세상에 빛과 질서를 가져다 준다고 믿었고, 그 여정은 밤이 되면 지하 세계로 이어졌습니다. 이 항해의 이야기는 곧 낮과 밤의 순환, 삶과 죽음, 질서와 혼돈의 싸움을 상징합니다.
라 신은 매일 아침, 하늘을 항해하는 태양의 배 ‘만드젯(Mandjet)’를 타고 동쪽 지평선에서 떠오릅니다. 이 여정은 단순한 태양의 이동이 아니라, 우주를 밝히고 신들과 인간에게 생명을 주는 의식이었습니다. 라는 정오 무렵에는 가장 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며, 이 시간대를 이집트인들은 신성시했습니다.
라가 하늘을 지날 때마다 다른 신들- 토트, 세트, 마아트 등이 동반하며 질서가 유지됩니다. 특히 마아트 여신은 배 위에서 진리와 균형을 상징하며, 혼돈이 접근하지 못하게 합니다.
태양이 지면, 라는 곧바로 지하 세계 ‘두아트(Duat)’로 들어갑니다. 이 때는 ‘메세트(Mesektet)’라는 또 다른 태양의 배를 타고, 12시간 동안 지하세계를 통과합니다. 이 여정은 죽음 이후의 여정을 상징하며, 밤은 곧 사후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고 여겨졌습니다.
지하세계에는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며, 가장 큰 위협은 혼돈의 뱀 아포피스(Apep 또는 Apophis)입니다. 아포피스는 거대한 뱀의 형상으로, 매일 밤 태양의 배를 덮쳐 세상을 어둠 속에 가두려 합니다. 라는 신들과 함께 싸우며 아포피스를 물리쳐야만 다음 날 아침 다시 떠오를 수 있습니다.
이 전투는 혼돈과 질서, 어둠과 빛의 영원한 싸움으로 상징되며, 고대 이집트인들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녔습니다. 만약 이 전투에서 라가 패하면, 세상은 혼돈에 빠지고 말 것이라 믿었습니다.
라의 항해는 고대 이집트에서는 시간의 흐름, 생명의 순환, 윤회, 사후세계에 대한 믿음이 모두 이 여정 속에 담겨 있습니다. 라가 매일 새롭게 떠오르는 것은 희망의 부활이여, 매일 밤 사라지는 것은 죽음과 그 극복을 의미합니다.
또한 이 여정은 파라오의 역할과도 연결됩니다.
파라오는 라의 대리인으로 여겨졌으며, 사후에는 라의 배에 동승해 함께 항해한다고 믿었습니다. 이러한 믿음은 피라미드와 미라, 그리고 <사자의 서>와 같은 사후세계 지침서에 깊이 반영되어 있습니다.
태양신 라의 항해는 고대 이집트인들에게 하루하루가 신화이며, 우주적 드라마였습니다. 라의 매일의 승리는 단지 낮이 오는 것이 아니라, 생명의 질서가 유지되고 있다는 증거였습니다.
이 신화를 알면, 매일 떠오르는 태양이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, 신화적 축복처럼 느껴집니다.
다음 글에서는 시리즈 <이집트 신화> 3. 이시스와 오시리스의 전설, 고대 이집트 최고의 사랑과 부활 이야기로 이어집니다. 감사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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